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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eshine Boys Working on Businessmen's shoes on Front Steps of the New York Public Library

 

1929년 늦여름이었습니다. 존.F.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투자자였던 조 케네디(Joe Kennedy)는 어느 날 구두를 닦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구두닦이 소년이 그에게 주식투자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케네디는 구두닦이 소년마저 주식에 손을 댈 정도면 모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므로 주식시장의 상승이 끝자락에 와 있다고 판단했고, 갖고 있던 모든 주식을 처분했습니다. 곧이어 1929년 10월 미국 대공황(Black Thursday, Black Monday and Black Tuesday)이 터졌고 그는 대폭락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인지는 근거가 불명확한 일화이지만, 그 덕분에 많은 자산을 지킬 수 있었고 30년 뒤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이 일을 계기로 구두닦이 소년 신호 (shoeshine boy signal)이라는 말도 생겨났지요. 증권거래인이자 투자자인 버나드 바루치(Bernard Baruch)도 이러한 이론을 발전시켰고, 1929년 대공황 직전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당신에게 무엇을 사면 되는지 말해 준다. 구두닦이 소년이 걸레와 광택제로 구두를 닦아 주면서 그 날의 시황을 요약해서 말해준다. 내 사무실 앞에 길가를 거닐던 늙은 걸인이 지금은 내게 주식매매 조언을 주고, (내 추측에) 나와 다른 사람들이 준 돈을 주식시장에 써 버리고 있다. 나의 주방장이 주식거래계좌를 갖고 있으며 종목명(ticker)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장부상 가공의 이익은 1929년 돌풍에 바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Taxi drivers told you what to buy. The shoeshine boy could give you a summary of the day's financial news as he worked with rag and polish. An old beggar who regularly patrolled the street in front of my office now gave me tips and, I suppose, spent the money I and others gave him in the market. My cook had a brokerage account and followed the ticker closely. Her paper profits were quickly blown away in the gale of 1929."

 

제 주변에서 주식에 대해 문외한이었다가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는 자금이 적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까지는 못하고, 다만 해외던 국내던 잘 나가는 주식 몇 가지를 골라서 낮을 때 샀다가 조금 오르면 팔고, 다시 내리는 것 같을 때 샀다가 오르면 파는 식입니다. 다행히 손절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네요. 다들 조금이라도 재미를 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또 요즘에는 네이버 카페에도 주식을 처음 시작하셨다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물론 새롭게 도전하시는 분들께는 항상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다가 바로 얼마 전에 업무상 행사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행사장 도우미 분들 여럿이서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해외 주식 위주로 투자를 하는 중인데 많이 욕심내지 않고 좀 오르면 팔아서 먹고 나오고, 내려가면 다시 들어갔다가 또 오르면 팔아서 조금씩 먹고 나온다고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분은 송파로 이사한다고도 하시고, 판교와 분당 지역 등등 분양권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 하시던데...

 

어쩌면 그분들은 정말 부자이고 심심풀이로 일을 하는 분들인데 내가 그분들이 일용직 프리랜서라는 이유만으로 얕본 게 아닌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 구두닦이 소년 이야기처럼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판에 뛰어들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물론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1982년 8월 멕시코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미국에 대공황이 올 것이라 단언했지만,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미국은 이후 18년간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지속했습니다.

 

"시장에 대한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알게 됐다. 시장의 균형에 대한 나의 장기 예측은 투자를 결정할 만큼 충분히 신뢰할 수 없었다. 내가 투자한 시점과 나의 예측이 실현되는 시점(만일 예측이 적중한다면) 사이에 수많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레이 달리오, 「원칙(PRINCIPLES)」, p.63.

 

다만 언젠가 찾아 올 고점과 절벽을 대비하여, 주변의 분위기를 조금 더 관심있게 보시는 것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간지표라는 말도 있지요. 제가 좋아하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 3권과, 다른 한 책의 구절을 나누어 봅니다. 부디 투자 의사결정에 참고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주식 ETF나 주식을 팔 계획은 없습니다. 이미 주식 비중이 30% 정도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이므로, 추가로 주식 매수만 삼가고 채권 ETF나 현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증권시장에 행복감이 넘쳐나는 시기에... 사람들은 별장에서의 저녁식사 중에, 칵테일 파티 중에, 또는 의회의 대기실 등 모든 곳에서 오로지 투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주식투자가 장안의 화젯거리가 되는 바로 그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무조건 하차해야 한다.

그 좋은 예가 1961년과 1962년 겨울이다. 당시 미국에서 증권시장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사람들은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많은 것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으며, 단지 오늘 사서 내일 팔거나, 내일 사서 모레 팔기만 하면 되었다. (중략) 유가증권의 매출액은 날마다 상승했으며 매일 신기록을 세웠다.

1929년을 상기시키는 이러한 지나치게 흥분된 시장의 분위기도 증권시장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복감 속에서만 그들은 대중들에게 모든 것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중누각 주식회사의 주식이든, 달나라부동산 주식이든 상관이 없다. 이것이 결국은 1962년에 폭락으로 끝이 난 그 유명했던 붐이었던 것이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주식투자가 '장안의 화젯거리'일 때" 중에서

 

가장 분명한 암시는 일반적인 의견이 어떠한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언론 보도가 긍정적이면 이전에 주식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사람들까지 증시에 관심을 갖게 되며, 그래서 마지막 비관론자들까지 낙관론자로 바뀌면 시장은 강세장, 즉 제3국면의 끝(최고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비행기 조종사가 나를 조종석으로 조용히 불러 투자에 대한 조언을 요청한다든지, 단골 카페의 웨이터가 다이물러 주나 IBM 주 중 어느 것을 사야할 지 묻는다면 나는 시장이 과열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성공 전략은 '남들과 반대로' 하는 것" 중에서

 

오랫동안 상승이 계속되다가 정체된 후 새로운 구매자를 기다리고 좋은 뉴스에도 더 이상 반응하지 않거나 심지어 주가가 떨어진다면, 이는 아주 나쁜 신호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른 것이다. 부화뇌동파는 있는 재산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거나 심지어 돈을 빌려서 주식을 샀는데 좋은 뉴스가 있어도 새로운 구매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 시장이 좋은 소식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나와라. 그리고 나쁜 소식이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면 시장에 들어가라.

특히 나쁜 신호는 보통 사람들이 추천 종목을 쫓아다니고 주식을 일상의 화제로 삼으며 친구에게서 이런 저런 종목을 들었다며 떠들고 다니는 것이다. 모두 자기가 받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다. 또 외국인들이 많이 산다면서 증권 시장이 좋다고 설명하는 것도 나쁜 신호다. '외국인의 매수', 혹은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산다'는 그 오래된 마법의 말의 정체를 나는 알고 있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실전 투자강의」, p.146

 

주식투자의 경우, 신문에 평범한 사람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기사가 나거나 우리사주로 부자 된 직원이 나오고 펀드매니저가 인기를 끌 때는 조심해야 한다. 또 신문 하단에 자칭 도사들이 돈 버는 비법을 가르쳐준다고 광고가 나오면 이미 '천장'이라는 신호다. 기술적인 지표로는 거래량이 크게 느는데, 이것은 자금력이 풍부한 소신파 주주에게서 돈이 적고 부화뇌동하는 주주들에게로 주식이 넘어감을 말한다. 이런 것은 모두 경계 신호다. 이럴 때는 투자를 중지하고 무조건 하차하는 게 좋다.

- 브라운스톤, 「부의 본능 : 슈퍼리치가 되는 9가지 방법」 중에서

 


참고문헌

 

■ 레이 달리오, 원칙(PRINCIPLES)

 앙드레 코스톨라니,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실전 투자강의

 브라운스톤, 부의 본능 : 슈퍼리치가 되는 9가지 방법

 

 Time, "What Caused the Stock Market Crash of 1929—And What We Still Get Wrong About It".

https://time.com/5707876/1929-wall-street-crash/

 

 CNN, "WHEN THE SHOESHINE BOYS TALK STOCKS IT WAS A GREAT SELL SIGNAL IN 1929. SO WHAT ARE THE SHOESHINE BOYS TALKING ABOUT NOW?".

https://money.cnn.com/magazines/fortune/fortune_archive/1996/04/15/21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