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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부자들은 어떻게 투자를 할까요? 왜 부자는 점점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것일까요? 박경철 님은 그의 저서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에서 금리지식이 부자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이자율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이며 한 사회의 경제 행위는 모두 이자율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의 발달은 곧 이자율이라는 수단을 경제의 중심 축으로 활용해 왔고, 자산은 인류의 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증식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부자는 '이자율을 기준으로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며, 부자가 아닌 사람은 '경제적 결정에서 이자율보다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 있는 사람'이라고도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자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가치를 늘리려는 인간의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부자들은 이자율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자율을 중심으로 경제 현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 pp.45~46, '부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중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자의 힘은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건전하게 자산의 가치를 보호하거나 부가가치를 늘리는 산업에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고리대금처럼 착취하는 도구로 오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경철 님은 부는 항상 정상적인 범주에서 허용된 수단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철학의 기반 위에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경제적으로 착취당하지 않고 가계경제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또 무리한 투기를 하다가 큰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금리지식과 부자들의 행동양식을 먼저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아래부터는 박경철 님의 책에서 핵심문구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부자들은 무엇이 다른가 - 부자들의 행동양식

 

부자와 부자가 아닌 자의 차이는 한마디로 지키려는 자와 쌓으려는 자의 입장 차이다. 부자들은 지지 않는 싸움을 하길 원한다. 부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미 축적한 부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산을 늘리기보다 지키는 데 관심이 많은 소위 부자들의 행동양식은 어떻게 다른가? 첫째, 주식시장에 광풍이 몰아쳐도, 부동산시장의 투기열풍이 전국을 휩쓸어도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둘째,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리스크를 감내하거나 이익을 확률적으로 보장하는 투자는 철저히 배척한다. 부자가 되려면 먼저 부자의 이러한 행동양식을 이해해야 한다.

 

부자가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부의 정책과 금리다. 부자는 정부의 정책으로 자신의 재산이 손해를 보거나 반대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금리의 변동(혹은 인플레)으로 인해 자산가치가 떨어지거나 혹은 증가할 가능성을 항상 가늠한다. 그래서 부자는 금리 변화에 따라 자산을 움직이기도 하고 정부의 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부자들은 최고의 수익률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이익만 보장된다면 최대한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반대로 부자가 되려는 이들은 금리 인하의 막바지 국면에는 채권으로(상황이 악화되면 안전자산으로), 금리 인상 국면에는 주식으로(상황이 호전되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면서 팽창적으로 움직인다. 이것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이유다.

 

우리는 부자처럼 지키려고 하기에는 지킬 재산이 눈곱만큼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작정 늘리려고 들면 창공을 향해 이륙하려고 하는 자동차처럼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부자의 행동양식을 이해하되 부자처럼 행동하지 않고, 부자처럼 사고하되 부자와는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 부자가 계속 부자가 되어가는 원리 (금리 사이클)

 

박경철 님은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델을 금리에 적용하여, 금리에 따라 투자 결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델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이 모델은 원래 코스톨라니의 모델과는 조금 차이가 있으나,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모델은 아직 이만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박경철 님이 재구성한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델 (출처 :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1. A국면 (금리 정점) - 예금 선호

 

  • 경기 연착륙, 경착륙 논의 단계
  •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 검토
  • 장기 금리 하락 → 장기 채권가격 상승

 

그저 은행에 돈을 맡기기만 하면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고금리 환경은 돈을 벌기보다 지키는 데 익숙한 부자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구간이다. 이때 은행 예금은 예금자들에게 절대 손실을 입지 않고 돈을 불릴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2. B국면 (금리 인하 시작) - 예금 → 채권 투자

 

  • 시중금리 하락 시 채권수익률(채권의 확정 이자율-현재 금리)이 점점 늘어남
  • 채권의 표면금리 + 시세차익까지 1+1이익
  • 경기침체 지속

 

그러나 막상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동안 보장받았던 안전 수익(금리 수익)이 쪼그라들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부자들은 다른 안전자산을 찾아 나선다. 그 결과 B국면에서는 예금보다는 약간 불안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하고 금리 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확정금리(채권)에 투자하게 된다.

 

이때 채권은 표면금리만큼의 이자율을 보장하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이자를 챙길 수 있고 시중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채권수익률(채권의 확정 이자율-현재 금리)이 급증하게 된다. 부자들은 금리 하락기에 자산을 지키기 위해 투자한 채권투자에서 표면금리 뿐 아니라 시세차익이라는 플러스 이익까지 올리게 된다.

 


 

3. C국면~D국면 (금리 인하~금리 저점) - 채권 매도 → 부동산 투자

 

  • 금리가 바닥에 근접하면서 채권의 투자매력 감소 → 채권수익률 감소
  • 계속된 경기침체로 부동산가격은 하락 상태

 

그러나 금리 하락이 가속화되어 균형금리를 지나 금리가 C국면의 바닥에 접근하면 다시 문제가 생긴다. 중간에 채권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든 만기가 도래해서 이자를 받든 아무튼 다시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금리 바닥을 인식한 채권시장에서 채권수익률은 서서히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하고, 그렇다고 낮은 금리에 예금을 맡기는 것도 세금이나 인플레를 감안하면 이익은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공산이 커진다.

 

이때 부자들의 선택은 부동산으로 이동한다. 굳이 부동산투자에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이자율보다 현저하게 높기 때문이다. 채권투자나 은행 금리로는 내 재산을 지킬 수 없는 환경에서 10억 원짜리 건물을 사서 매달 1,000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이때부터 부자들의 자금은 임대수익률을 겨냥하고 경기침체로 인해 가격이 떨어져 있던 부동산시장에 몰린다. 그 결과 임대가 잘 되는 쓸 만한 건물들은 속속 부자들의 소유가 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 그렇게 건물에서 시작한 부동산투자는 아파트, 토지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부동산시장에 거품을 불러일으킨다.

 


 

4. E국면 (금리 인상 시작) - 부동산 매도 → 주식투자

 

  • 부동산의 과도한 시세 상승 → 임대수익률 하락
  • 경기 회복 시작 → 통화당국은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 시작
  • 부자들은 초우량기업 또는 고배당기업 주식 선호

 

그러나 D를 지나 E국면이 되면 부동산투자에 대한 부자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10억 원짜리 건물에서 나오는 1,000만원의 월세는 세금을 감안해도 임대수익률이 금리보다 3배나 높지만, 건물이 30억 원으로 올랐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부자들은 그동안 매수한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고 그동안의 임대소득 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시세차익을 거둔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거래로 돈을 벌어보려는 사람들은 이때를 부동산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부자들의 매물을 사들인다.

 

이때부터는 시장의 실세금리가 오르고, 부동산에서 수익을 올린 부자들의 고민이 다시 시작된다. 아직 금리는 낮고, 부동산은 상당히 올라서 이미 수익을 내고 빠져나온 상태이며, 채권투자는 바보짓이다. E국면에서 부자들은 고민 끝에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사실 부자들의 속성에 가장 맞지 않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부자들은 얼마나 더 버느냐보다는 자신의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하는 주식은 삼성전자, 포항제철, 국민은행, 현대차, 한국전력 등 결코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초우량기업이나 배당수익률을 충분히 보장하는 주식으로 제한된다.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동안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린 개인투자자들은 그들에게 적당한 중소형 종목이나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는 데 익숙해 있다가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5. F국면 (지속된 금리 인상) - 주식 매도 → 예금 시작

 

  • 계속된 주식시장 상승 → 경기 과열, 경제지표도 긍정적
  •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둔화

 

그러나 부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되고 개인투자자들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오르고 난 뒤다. 주가가 오르고 부의 효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경기는 과열되고 각종 경제지표들은 장밋빛 일색으로 바뀐다. 이때쯤이면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은 막바지에 이르고, 너도나도 주식투자 열기에 휩싸여 있다.

 

이 국면이 F국면이다. 부자들은 다시 주식을 팔고 안전한 예금으로 갈아탄다. 이제는 굳이 위험한 주식시장에 자산을 맡겨두기 않고 은행에 예치하면 자산을 지킬 수 있을만큼 금리가 만족스럽다. 부자들의 자금은 서서히 예금으로 이동하고 개인들의 자금은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이동한다.

 


 

6. 그 이후

 

그리고 주식시장은 파국을 맞고, 부자들의 투자 사이클은 앞서와 같이 다시 반복되고 개인투자자들의 뒤늦은 가세는 여전히 부자들의 매물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부는 부를 부르고 가난은 가난을 부르게 된다.

 

물론 시장이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겠지만, 이로써 금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부자들의 판단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지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무엇인가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먼저 금리를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